평산의 조행수상(37) 孝와 不孝(2019 추석맞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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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송귀섭 작성일 조회 : 1,991회 댓글 : 0건 19-09-04 10:45본문
평산의 釣行隨想(37) - 孝와 不孝(2019 추석에세이)
부모 그리고 내가 가는 인생길
평산 송 귀 섭
FTV 제작위원
(주)아피스 홍보이사, 체리피시 자문위원
<붕어낚시 첫걸음> <붕어 대물낚시> <붕어학개론> 저자
현: FTV <釣樂無極> 프로그램 진행, 낚시춘추 <한 뼘 다가가는 붕어낚시> 연재 중
나는 종종 아버지와 어머니의 울음을 보면서 자랐다. 식구들이 들을까봐서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고 한밤중에 혼자 툇마루 끝에 앉아서 하늘을 향해 신음처럼 울음을 삼키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한 밤중에 이불을 둘러쓰고 소리죽여 우는 어머니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그럴 때마다 나는 그냥 이유를 모르는 불안 속에서 소리죽여 눈물만 흘렸었다. 그리고 이제야 내가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 살아온 40년의 세월을 대입해 보면 비로소 그때 부모님의 울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들 아버지의 울음은 슬픔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가난으로 찌든 시대에 가장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삶의 절벽 앞에서 땅이 갈라져 지축이 우는 듯한 분노의 소리였고, 그 모습은 해일에 휩싸여 떠밀려 가는 자신과 가족을 붙잡고자 몸부림치는 가장의 모습이기도하였으며, 그 눈물은 흐르다 흐르다 차마 더 흐르지 못하고 억지로 식어 말라붙어버린 용암이기도하였다. 지축이 흔들려 태산이 무너지고, 해일이 밀려와 덮치는 모습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못 배우고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몸부림과 외마디... 그것이 우리들 아버지의 울음이었다. 그렇다. 그렇게 아버지가 세상풍파를 헤치고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하는 그 단말적인 울음 속에서 우리 형제자매는 보호를 받고 성장했다.
어머니의 울음 또한 슬픔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시절 어머니의 울음을 돌이켜 보면 그것은 슬픔뿐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삶의 몸부림이었다. 층층시하 대가족이 한집에 살면서 모든 잡일과 농삿일 그리고 가사 스트레스를 짊어져야 했고, 가난 속에 자식까지 많아서 공부 잘하는 자식을 원하는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진학을 포기해야했던 어머니는 90세가 되어서도 가슴속에 맺혀있는 그 한을 내려놓지 못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종가집의 추석명절을 맞이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내가 부모의 나이가 되고 노년이 된 지금. 나는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부모의 길을 따라서 간다. 조상을 돌보고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 예전 부모의 행적은 오늘날 나의 행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후 내 자식의 미래 또한 내가 걸어온 행적이 될 터. 즉 부모의 행적을 따라 살아온 나의 삶은 내 자식이 바라보며 따라오는 나침판이 되는 것이다.
다만 나의 삶은 부모님 때보다 풍요로워져서 나는 단말마적인 울음을 견디며 살지 않아도 되는 복을 받고 있다. 그러니 스스로 방종하지 않도록 부모님시대의 울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잠자리에 들면 오늘의 나를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아가면서 살아야 한다.
내 자식에게는 굳이 내가 살아온 길을 말한 필요가 없다. 내가 그러했듯이 자식이 바라보는 오늘의 내 모습이 곧 내 부모님 시대로부터 한 가정을 타고 전해온 가풍의 거울이 될 것이니.......
내가 장성하여 부모님을 편안하게 해주고, 내 자식이 내 행적을 존경하며 따르게 하는 삶. 그것이 내 참된 삶의 행적이요 내가 나를 비춰보는 내 자신의 거울이며 내 자식에게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그 핵심은 孝의 傳家다.
세상에 가장 큰 죄를 짓는 것은 不孝를 하는 것이고, 가장 큰 벌을 받는 것은 不孝를 당하는 것이다. 이것이 孝와 不孝의 眞理다.
한가위를 앞두고 선산에 다녀와야겠다. 여름 장마에 잡풀이라도 돋아있으면 마음 써서 뽑아주고 근처 물가에 앉아 아버지가 그랬듯이 외대일침 閑釣를 즐기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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